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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응고 요법 어려운 심방세동,

좌심방이

구조적 심질환의 시술치료 선도하는 김중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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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은 어떤 질환이며, 환자들은 주로 어떻게 이 병을 발견하게 되나요?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인 부정맥 중 하나로, 심방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떨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인구의 약 1%에서 발병하며, 고혈압과 당뇨병, 고령이 주요 위험인자로 꼽힙니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운동할 때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환자가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또 지속적 심방세동은 심전도검사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반면, 발작성 심방세동은 심방의 잔떨림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므로 심전도검사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등 다른 질환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다가 뒤늦게 심방세동을 발견하는 환자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심장이 부르르 떠는 게 왜 문제인가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하나요?

심방이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을 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고 있으니까 혈액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게 됩니다. 불규칙한 심장박동 때문에 심장기능이 점차 악화되어 심부전으로 진행되고, 심장 내부에서는 피가 고이면서 혈전이 발생합니다. 심장 안의 혈전이 위험한 까닭은 이 혈전이 심장박동에 의해 심장 밖으로 나와 동맥을 따라 이동하면서 다른 혈관이나 장기를 막아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뇌졸중 환자의 약 25-30%는 심장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발생한 것으로, 심방세동 환자는 뇌경색 위험률이 5배 정도 증가하며 일반 뇌경색 환자에 비해 예후도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심방세동 환자들은 대체로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치료와 함께 혈전 방지를 위해 피가 잘 굳지 않게 해주는 항응고제를 복용합니다. 와파린과 노악으로 대표되는 항응고제는 심방세동 환자에서 허혈성 뇌경색을 60%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노악은 와파린의 단점이 개선되어 복약이 비교적 편리하고 출혈의 위험성도 줄어들어 최근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약제 개선에도 불구하고 출혈의 위험성이 높아 항응고제 복용이 어려운 환자들이 있고, 일부 환자에서는 항응고제를 복용해도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뇌경색뿐 아니라 출혈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항응고 요법이 어려운 심방세동 환자는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좌심방이를 물리적으로 제거하거나 막아줌으로써 뇌경색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좌심방이란 표현은 꽤나 낯섭니다. 심장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나요?

좌심방이(左心房耳, left atrial appendage)는 맹장염을 일으키는 대장의 충수돌기처럼 왼쪽 심방에 서 귀 모양으로 볼록 튀어나온 부분으로, 빈 공간이다 보니 혈액이 잘 고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혈전이 잘 생성됩니다. 승모판 폐쇄증으로 인한 판막성 심방세동에서는 심장 혈전의 약 60%, 판막에 문제가 없는 비판막성 심방세동에서는 약 90%의 혈전이 이 좌심방이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심장 내 혈전 생성을 방지하기 위해 비판막성 심방세동에서 다른 질환으로 심장수술을 시행할 때 좌심방이를 함께 제거할 수 있으나, 대다수 환자들이 고령이고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을 견디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심장수술이 필요하지 않거나 어려운 경우에는 좌심방이 안에 혈액이 고이지 않도록 막아주는 좌심방이 폐색술이 좋은 대안이 됩니다.



좌심방이 폐색술은 구체적으로 어떤 시술인가요? 시술 과정이 궁금합니다.

관상동맥질환의 스텐트시술처럼 허벅지 혈관으로 가느다란 도관을 넣어 심장의 우심방을 거쳐 좌심방까지 밀어올린 다음, 도관을 통해 특수 기구를 좌심방이에 넣고 펼쳐서 입구를 막아주는 시술입니다. 심장이 움직이는 상태에서 심방중격(우심방과 좌심방 사이의 벽)을 뚫고 들어가야 하고, 좌심방이를 둘러싼 심장 막이 굉장히 얇기 때문에 다른 심장중재술에 비해 어렵고 까다로워 시술자의 충분한 교육과 경험이 아주 중요합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2010년 좌심방이 폐색술을 도입해 2019년 국내 최초로 100례를 달성했습니다. 또한 심장 영상과 시술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의들이 팀을 이뤄 치료 계획을 세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시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다른 기관의 시술자 교육과 시술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모든 심방세동 환자가 좌심방이 폐색술을 받을 수 있나요?

장기적으로 항응고제 사용이 어려운 심방세동 환자, 즉 항응고 요법으로 이미 출혈이 발생했거나 출혈 위험이 굉장히 높은 환자, 항응고제를 사용해도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가 치료 대상이 됩니다. 좌심방이 폐색술의 뇌경색 예방 효과는 항응고 요법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술 후 항응고제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출혈 합병증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부 환자는 항응고제를 중단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연간 4-5만 건 정도로 널리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환자 부담률이 높다 보니 시술이 필요한 환자가 경제적 이유로 시술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심방세동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던 중 내부 장기에 출혈이 나타나 항응고제를 줄였더니 뇌경색이 발생하고, 다시 항응고제를 늘리자 재출혈이 일어나는 등 수차례 뇌경색과 출혈의 악순환을 겪은 후 뒤늦게 시술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김중선 교수

심장내과


심방중격결손, 난원공개존증 폐색술 등 구조적 심질환의 시술치료가 전문 영역이다. 더불어 기존의 치료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난치성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주고 좀 더 편안한 일상을 찾아주기 위해 좌심방이 폐색술,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 등 고난도의 시술을 도입, 시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좌심방이 폐색술의 국내 감독관 중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시술자들의 교육과 시술을 돕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3년 01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