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종

발바닥의 점이나

손발톱의 검은 선이

암일 수 있다?

흑색종은 피부의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세포에서 기원한 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에 638건의 흑색종이 발생한 반면, 미국에서는 연간 7만 건의 악성 흑색종이 발생하며, 약 9,500명(전체 피부암 사망자의 75%)이 흑색종으로 인해 사망합니다. 동양인에서는 흑색종 발생률이 낮지만, 문제는 손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점으로 오인하다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이미 상태가 진행되어 예후가 좋지 않기도 합니다. 손발톱에 발생한 흑색종은 발톱무좀이나 외상의 흔적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자외선과 관계없는 흑색종도 있다

흑색종 발생의 환경적 요인으로는 자외선 노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특히 인공태닝의 경우, 태닝을 시작한 나이가 어리고 자주 이용할수록 흑색종의 발생 위험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동양인에서 주로 발생하는 흑색종은 일광 노출 부위가 아닌 발가락이나 발바닥에서 생긴다는 것입니다. 손발에 작용하는 물리적 자극이나 압력이 흑색종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은 꾸준히 제시돼왔는데, 얼마 전 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이 발바닥에 가해지는 자극과 압력이 말단악성흑생종의 진행을 촉진하는 위험임자임을 새롭게 밝혀냈습니다.



발바닥의 점이 점점 커지면 흑색종?

“오래된 점(모반)이 흑색종이 되는 건가요?” 흑색종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몸의 모든 색소 병변이 피부암이 되진 않을지 걱정합니다. 다행히도 흑색종은 처음부터 새롭게 정상 피부에서 발생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점이 아닌 이형성 모반(Dysplastic Nevus)은 존재 자체와 개수가 흑색종 발병의 위험인자입니다. 이형성 모반은 크기가 5-6mm 이상이며, 일반적인 점과 달리 흐릿하고 불규칙한 경계와 다양한 색상을 보입니다. 전체 흑색종의 20%가 이러한 이형성 모반에서 발생하며, 특히 5개 이상의 이형성 모반이 있는 경우 없는 사람에 비해 6.4의 상대위험도를 보입니다.



흑색종, 검사와 수술은?

더모스콥검사를 통해 피부 표면에서 빛이 반사되는 것을 막아 진피 상층 부위까지 확인합니다. 육안으로는 일반적인 점처럼 보이지만, 더모스콥으로 보면 흑색종의 특징적인 패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직검사가 필요한지 결정하며, 조직 검사를 어느 지점에서 할지 결정하는 데도 활용됩니다. 조직검사는 색소 병변의 일부를 절제해 병리 판독에 필요한 표본을 제작해 검사하는 것으로, 해당 표본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암세포 유무를 확인해 확진합니다.


정상 조직 최대한 보존하는 모즈미세도식 수술 흑색종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적 절제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주변의 정상 피부를 5cm가량 포함해 절제했고, 손발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절단 하는 방식으로 수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광범위 수술은 환자의 생존율에 영향이 없다고 밝혀져, 흑색종의 두께에 따라 약 0.5-2cm의 정상 피부를 포함해 절제하는 방식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부위에 따라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법인 모즈미세도식 수술(Mohs Micrographic Surgery)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흑색종이 치명적인 이유는 혈액이나 림프계를 통해 빠르게 전이되어 내부 장기에서도 암이 자라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흑색종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확률이 높아지므로, 0.8-1.0mm 이상인 경우 전초 림프절 생검을 실시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의 시행 여부를 결정합니다. 전통적인 항암제들은 치료 성공률이 높지 않았으나, 최근 개발된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에서 우수한 치료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흑색종은 뒤늦게 진단되면 수술하더라도 재발과 전이의 위험이 높고, 언제 어느 부위에서 증식할지 예측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내원해 국소 재발 및 내부 장기의 전이 여부를 더모스콥 장비와 영상의학 장비로 확인해야 합니다.


다행이라면 세브란스병원은 흑색종 치료에 대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수술 방법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오는 외국 의사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외과 등 관련 과와의 다학제 논의를 통해 신약 임상시험을 비롯한 최선의 치료 방법을 결정합니다. 이미지 분석을 이용한 흑색종 진단 방법들에 대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흑색종 환자의 조기 진단과 추적 관찰 방법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뭘 먹어야 좋은가요?” 지중해식 식단과 리코펜에 주목

음식과 피부암의 연관성은 근거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항암 또는 방사선치료 중인 환자에게 과도한 식단 제한이나 특정 음식에 대한 권고는 오히려 치료 반응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칼로리 섭취 부족으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무분별한 건강 정보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현재까지 보고된 문헌들을 바탕으로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소개합니다.


최근 미국피부과학회지에서 87개의 문헌을 조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과 불포화지방산, 케로틴 종류인 리코펜이 흑색종 위험을 줄인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중해식 식단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데, 생선과 야채, 당근, 감귤류 등의 음식에 풍부한 이소프레노이드가 흑색종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 토마토, 당근, 수박 등 붉은색 과일과 야채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리코펜은 광반응 억제 효과가 있고, 혈소판유도성장인자를 억제해 흑색종에 의해 유발된 섬유세포의 이동과 신호 전달을 줄여 항종양 효과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오병호 교수

피부과

진료분야 : 피부암/켈로이드 수술, 손발톱 질환, 난치성 사마귀, 미용시술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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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종은 재발과 전이의 위험이 높아 더욱 두려운 암입니다. 매번 검사 결과를 받아보며 별일이 없기를 소망하는 마음은 환자분이나 의료진이나 다름이 없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알려드려야 하는 경우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좋을지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결국 환자분들의 환부 사진을 마음속에 새기며 기도하게 됩니다. 피부병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피부에 가려진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와 환자의 내면까지 들여다봐야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짧은 진료 시간이지만, 제가 가진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어 좋은 기억을 건네드릴 수 있도록 더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2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