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요관역류
Vesicoureteral refl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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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광요관역류란?
방광요관역류는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을 저장하거나 배출하는 과정에서 소변이 거꾸로 요관과 신장으로 역류하는 질환입니다. 건강한 신생아의 0.4-1.8% 정도가 방광요관역류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요로감염이 있는 소아에서는 약 50-70%로 높은 유병률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깨끗한 소변은 신장으로 역류해도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며, 신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균에 감염된 소변이 역류하면 신장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고열, 오한, 옆구리 통증 등의 전신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방광요관역류로 신장에 염증이 발생하면 회복 불가능한 흉터를 남기고, 이것이 신장의 정상 부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면서 신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장의 흉터는 고혈압을 쉽게 유발해 신장에 흉터가 있는 젊은 성인의 약 50%에서 고혈압이 발견됩니다. 고혈압은 신장 기능을 추가로 저하시키고, 이러한 신장 기능 저하는 장기적으로 만성 신부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소아 말기 신부전 환자의 30-50%, 성인 말기 신부전 환자의 20% 가량은 방광요관역류가 신부전의 원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 방광요관역류의 증상
아이들은 자신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열을 동반한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해 소변검사 후 방광요관역류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로감염은 소아에서 상기도 감염과 함께 발열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성인과 달리 영유아 시기에는 발열을 제외하고는 증상으로 이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39도 이상의 고열이 있을 때는 반드시 소변검사를 시행해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산전 수신증이 있었다면 출생 후 소아비뇨의학 전문의를 찾아 자문을 받는 것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최근에는 산전 초음파검사를 통해 수신증을 진단받고 출생 후 조기에 방광요관역류를 발견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 방광요관역류의 원인
요관은 자체적인 연동운동으로 요관 내부에 압력을 발생시키며, 여기에 신장으로부터 내려오는 소변이 더해져 일정한 압력을 유지합니다. 반면 방광은 소변을 배출하는 시기를 제외하면 매우 낮은 내부 압력을 유지하고 있어서 요관의 소변이 저항 없이 방광으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변을 배출시키기 위해 방광에 수축이 일어나면 방광 안의 압력이 상승하는데, 이때 방광 안의 압력이 정상적인 요관의 압력을 넘어서면 방광의 소변이 요관으로 역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류를 막아주는 밸브 역할을 하는 것이 요관-방광 이음부에 자리하고 있는 점막하요관입니다. 점막하요관은 방광으로 비스듬히 들어간 요관이 방광 안으로 열리기 전까지 방광 점막 밑을 일정 길이만큼 주행합니다. 이런 구조로 인해 방광에 소변이 차거나 배뇨를 할 때, 방광 내 압력이 올라감과 동시에 점막하요관이 눌리면서 밸브처럼 납작해져 소변이 요관으로 역류되지 않습니다.
방광요관역류는 항역류 기능을 담당하는 점막하요관이 선천적인 문제로 밸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일차성(선천성) 역류와 비정상적으로 높은 방광 압력 때문에 발생하는 이차성(후천성) 역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차성 역류를 일으키는 원인에는 비정상적으로 짧은 점막하요관, 약한 요관 아래의 방광근육 등을 포함한 여러 요관기형이 있습니다. 이차성 역류는 비정상적인 방광 내압을 만드는 신경인성 방광이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일차성 역류는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방광이 성장하고 방광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자연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등급의 역류는 약 5년 안에 80%가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급의 역류는 대부분 구조적 문제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역류의 정도는 호전되지만, 역류 자체는 지속되는 경과를 보입니다.
한편 형제자매 가운데 방광역류가 있을 경우 유병률이 25%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출생 후 기본 스크리닝 검사로 초음파검사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방광요관역류의 진단
소변검사에서 요로감염으로 진단을 받으면, 신장과 요로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신장 초음파를 시행합니다. 하지만 신장 초음파만으로는 방광요관역류 자체를 진단하기 어렵고, 방광요관역류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배뇨중 방광요도조영술(VCUG)과 신장스캔검사(DMSA)가 필요합니다. 배뇨중 방광요도조영술로 역류의 여부나 등급, 형태와 함께 방광과 요관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장스캔검사로는 신장 조직에 손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방광요관역류의 치료
방광요관역류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요로감염을 예방하고 신장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역류가 있더라도 신장 손상이 심하지 않고 자연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면 요로감염을 예방하며 기다려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장 기능이 좋지 않고 자연 호전의 가능성이 적으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1) 관찰 및 추적: 관찰 및 추적 시에는 신장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요로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의 항생제를 사용합니다. 특히 소아 환자에서는 배뇨 문제로 이차성 방광요관역류가 발생할 수 있어 배뇨 문제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관찰,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배뇨 시 조여지는 괄약근-배뇨근의 부조화, 방광의 과민한 수축 등은 방광의 압력을 높여 역류를 지속시키는 한편, 방광을 균 감염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배뇨 문제가 동반되었다면 배뇨 행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요로감염을 줄이고 역류를 호전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평소 가정에서 소변을 참지 않도록 교육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적절한 소변량을 유지하는 것이 요로감염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변비 또한 배뇨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요로감염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므로 반드시 관리가 필요합니다.
2) 수술치료: 자연 호전 가능성이 희박한 고등급 역류이거나 예방적 항생제를 사용해도 요로감염이 재발할 때는 수술치료를 고려합니다.
- 내시경수술: 방광내시경을 이용해 요관의 입구에 인공물질을 주입함으로써 점막하요관의 길이를 늘려 주고 요관의 뒷벽을 강화해 역류를 해결합니다. 수술 시간이 5분 내외로 짧고 저등급의 역류에서 85%의 높은 성공률을 보이나, 요관기형이 동반된 고등급 역류에서는 성공률이 높지 않고 드물게 이물 반응에 의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방광-요관 재문합술: 점막하요관의 길이를 늘리고 요관 뒤의 지지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수술의 목표입니다. 수술 술기의 발달로 최근에는 복강경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코헨수술법은 양측 요관의 위치를 교차시켜 바꿔주는 방법으로, 수술이 비교적 간단하고 성공률이 높으며 합병증의 위험이 적습니다.
- 방광 외 접근법: 방광의 바깥쪽에서 요관을 방광 근육 안쪽으로 묻어주어 항역류 효과를 주는 방법으로, 배뇨근 외봉법이 대표적입니다. 회복이 빨라 수술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고 방광 출혈이 없어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김상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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