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할 필요 있나요?
교수님 말씀만 따르면 되지요

소세포 폐암 이겨낸 모범생 환자 현정숙 씨와 따듯한 주치의 윤홍인 교수

폐암 중에서도 예후가 특히 나쁘다는 소세포 폐암. 갑자기 내려진 암 진단의 충격을 차분하게 받아들인 현정숙 씨는 검증되지 않은 풍문에는 귀를 닫고, 오직 주치의의 말만 믿고 따랐다. 그녀의 현명한 선택은 암 완치라는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아무런 증상도 없었는데

2015년 말, 오른쪽 눈이 불편했던 현정숙 씨는 집 근처 병원에서 망막박리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수술을 위한 검사 과정에서 폐 쪽에 뭔가 이상이 보인다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너무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다. "정말 조금도 증상이 없었어요. 그런 사람한테 갑자기 병이 있다니까 처음엔 좀 가볍게 여겼지요. 눈이 좀 불편했지만, 그거야 나이 들면 다들 겪는 일이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예정된 눈 수술부터 마친 현정숙 씨는 이듬해 2월 세브란스를 찾아왔고, 예후가 유독 나쁘다는 소세포 폐암을 진단받았다. 아들 둘 출산할 때 말고는 병상에 누워본 적도 없어서 암과 같은 중병은 그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는 그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암 진단의 충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동시 항암방사선화학요법 치료를 받으며 암 크기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이후 10회의 예방적 전이 소견 없이 추적 관찰 중이다.
5년 가까이 현정숙 씨와 남편 이대풍 씨가 나란히 진료실에 들어서는 모습을 유독 따듯하게 바라본 주치의 윤홍인 교수(방사선종양학과)는 그녀를 세월의 지혜를 가진 긍정 환자라고 이야기 한다. "보통 항암치료를 마치고 이제 막 머리카락이 자랄 때쯤 예방적 전뇌 방사선치료가 들어가면서 다시 머리카락이 확 빠지는데, 암 환자들이 심적으로 상당히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현정숙 환자분은 이때도 긍정 마인드를 잃지 않으셨어요. 소세포 폐암이라는 심각한 암을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기복 없이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게 세월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오직 교수님 말씀만 딱 믿고

5년 생존율이 20%도 안 된다는 악성도 높은 암을 담담히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현정숙 씨는 이것저것 암에 좋다며 남들이 하는 이야기는 한 귀로 흘리고, 그저 주치의의 말만 믿고 따랐을 뿐이라고 차분히 이야기했다. 전전긍긍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단다.
특별히 만날 대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윤홍인 교수 덕분에 치료 과정도 수월하게 버틸 수 있었다고, 그리고 그녀는 늘 곁을 지켜준 남편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는 고백을 했다. "자식들보다 남편이 제일 걱정이었지요. 남편 생각해서라도 더 힘을 냈어요."
결혼한 지 올해로 50녀, 따로 산 시간보다 함께한 세월이 훨씬 긴 노부부는 암이라는 큰 고비를 넘기며 서로의 소중함을 더 깊게 새겼다. 평생 바깥일만 하느라 집안 살림은 손도 대본 적이 없던 남편이 저녁 설거지를 도맡기 시작한 것도 부부에겐 나름의 큰 변화다. "뭐, 어쩌겠어요. 이제 그정도는 좀 해야지"라며 허허 웃는 남편 이대풍 씨도,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 현정숙 씨도 참 편안해 보였다.

폐암은 장기 생존율이 떨어지는 암으로 악명 높습니다. 왜 그런가요?

위암, 유방암, 갑상선암 등 대부분의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상당수의 환자들이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반면, 폐암은 1기에 진단받고 치료가 잘되더라도 약 30%에서 재발합니다. 또 기침, 가래, 객혈 등의 증상을 경험하는 환자도 있지만, 특별한 증상이 전혀 없는데도 진단 당시 이미 국소적으로 종격동 림프절까지 진행되었거나 원격 전이가 동반된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재발과 전이가 잘되는 특성 때문에 완치율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그래도 최근 몇 년 사이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개발, 수술 및 방사선치료 기기와 기법의 발전 등으로 폐암의 치료 성적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진행성 비소세포 폐암의 경우, 동시 항암방사선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마친 후 약 1년간 면역항암제 유지요법을 시행하면서 최근 3-4년 사이 치료 성적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다 같은 폐암이 아닌가요?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 폐암은 어떻게 다른가요?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 등 병리조직학적 기준에 따라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 폐암으로 나뉘는데요. 소세포 폐암은 말 그대로 암세포의 크기가 작은 것을 뜻하고, 암세포의 크기가 작지 않은 것을 비소세포 폐암이라 합니다. 비소세포 폐암이 전체 폐암의 약 80-85%를 차지하며,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선암을 비롯해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비소세포 폐암은 원발 병소가 생긴 후 주변 장기를 거쳐 원격 전이가 일어나는 단계적인 진행을 보이는 반면, 소세포 폐암은 발병 빈도는 낮지만 암의 성장이 빠르고 급속하게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특성이 있어서 5년 생존율이 15-20% 수준에 불과합니다.

소세포 폐암과 비소세포 폐암은 치료 방법도 다른가요?

우선 비소세포 폐암은 적극적인 수술치료를 원칙으로 하면서, 병기에 따라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적절히 병행한다는 점에서 치료의 큰 틀은 대개의 고형암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소세포 폐암은 발견 당시 이미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급속하게 전신에 퍼지는 공격적 특성으로 인해 수술의 효과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수술치료는 거의 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암의 병기 대신 제한기와 확장기로 구분해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암이 한쪽 폐에만 있는 제한기에는 동시 항암방사선화학요법을 시행한 후, 치료 효과가 좋은 환자에서 폐암의 뇌 전이를 예방하기 위해 예방적 전뇌 방사선치료를 시행합니다. 확장기에서는 항암치료를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방사선치료가 병행됩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따로 해도 힘든데, 굳이 동시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이 들어가는 부위에만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국소치료인 반면, 항암치료는 항암약물을 통해 전신에 퍼져 있는 암세포를 없애는 전신치료입니다. 그러니까 동시 항암방사선화학요법은 방사선치료로 폐와 종격동 림프절 등에 국소적으로 분포하는 암 덩어리를 치료하면서 동시에 항암치료로 전신에 퍼져 있는 미세한 암세포를 다스리는 것이지요. 또 항암제 중에는 방사선 감수성을 높여주는 약제가 있어서 동시 항암방사선화학요법을 하면 같은 선량으로 방사선치료를 하더라도 좀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개 전신으로 급격하게 퍼지는 공격성이 높은 암에서 동시 항암방사선화학요법이 사용됩니다.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로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로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폐암은 폐에 분포하는 수많은 혈관과 림프를 타고 전신 에 빠르게 퍼져나가고 재발도 잘되기 때문에 전신질환 의 특징이 강한 암이다. 따라서 3대 암 치료인 수술, 방 사선치료, 항암치료 3가지가 최적의 시기에 적절한 역 할을 해줘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연세암병원 폐암 센터는 적극적인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 상태를 종합 적으로 평가, 최선의 치료 방향을 논의한다.

  • 수술 뛰어난 수술 술기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근치적 치료 생존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 항암치료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국내에서 가 장 많은 신약 임상연구를 진행해 장기 생존이 어려운 말기 비소세포 폐암 및 확장기 소세포 폐암 환자들에 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 한기 소세포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면역항 암제와 방사선치료의 병합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다 양한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다.
  • 방사선치료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 체부정위방 사선치료(SBRT), 4차원 컴퓨터 단층촬영(4D-CT), 영 상유도방사선치료(IGRT) 등 정교한 최신 방사선치료 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2022년 말 국내 최초로 중입 자치료기가 도입되면 폐암 환자의 생존율은 더욱 높 아질 것이다.

동시 항암방사선화학요법을 하면 부작용도 2배로 힘든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폐암 환자들은 흉부 방사선치료로 인해 마른기침이 나거나 숨이 차고, 가래, 식도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환자들이 유독 많이 힘들어하는 건 식도염입니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전신 피로감에 입 안도 헐고 구역, 구토 증세로 힘든데 식도염까지 생기니까 환자들이 통증 때문에 식사를 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대부분 약물치료로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고, 치료가 종료되면 서서히 사라지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외에 방사선치료 종료 후 2-6개월 사이에 숨이 차고 마른기침, 발열 등이 나타나면 방사선 폐렴을 의심할 수 있는데, 폐 전체에 영향을 주는 다른 폐렴과 달리 고선량의 방사선이 조사된 부위에만 발생합니다.

오해 절대 금지! 방사선치료에 대한 짤막 상식

  • 방사선치료 부작용은 방사선이 조사되는 부위 에만 발생한다. 두경부암 이나 폐암의 뇌 전이로 인해 머리 쪽에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탈모가 발생할 수 있으나, 뇌 전이가 없는 폐암 환자에서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이는 방 사선치료와 전혀 관계없다.
  • 방사선치료 중에는 고기나 유제품 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건 근거 없는 소문이다. 반대로 암 치료 효과를 높 여주는 특별한 음식도 없다. 암 치료를 계획대로 잘 받을 수 있 도록 양질의 단백질을 비롯해 영 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식사를 잘 챙겨 먹으면서 체력을 유지하는 것 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꾸준한 운동 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대부분 잘 회복되지만, 간혹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하며 잘 관찰해야 합니다. 또 아주 드물게는 폐 섬유화로 폐기능이 약해질 수 있는데, 재활치료로 회복을 도울 수 있습니다.

폐암은 고령 환자가 유독 많은데요. 방사선치료는 고령 환자가 받기에도 무리가 없나요?

방사선이라는 말 때문에 많이 오해하지만, 오히려 방사선치료는 3대 암 치료법 가운데 고령이어도 비교적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치료입니다. 비소세포 폐암 1, 2기인데 고령이거나 폐기능 저하, 기저질환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서는 방사선 횟수를 줄이되 선량을 높이는 방사선수술 또는 체부정위 방사선치료가 수술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치명적인 위험이 적은 치료라는 것이지요. 특히 연세암병원이 2022년 말에 도입할 중입자치료는 부작용을 줄인 더욱 정교한 방사선치료이므로 고령화 시대에 비침습적인 치료로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고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암 치료를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폐암 환자들에게 교수님이 특별히 당부하시는 주의사항은 무엇인가요? 

당연히 금연입니다. 물론 담배를 피우지 않는 환자에서도 폐암이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최근에는 비흡연 젊은 여성에서 선암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흡연은 폐암의 발병률과 재발률을 높이는 가장 큰 위험 요소이며, 특히 악성도가 높은 소세포 폐암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또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폐암 환자들과 비교할 때, 흡연력이 긴 환자들은 폐 상태가 훨씬 나빠서 같은 치료를 해도 치료 효과는 떨어지고 폐 섬유화와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의 위험은 높아집니다. 실제로 줄담배를 피다가 15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고 하는 환자의 폐 CT를 살펴보면 흡연으로 손상된 폐라는 걸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담배의 악영향은 몸에 오래 남습니다.

윤홍인 교수(방사선종양학과)

근거 중심의 최선의 치료를 최대한 친절하게
윤홍인 교수(방사선종양학과)

폐암, 뇌종양, 육종, 소아암, 림프종 등의 방사선치료가 전문 영역이다. 다학제 논의를 통한 합리적 판단과 근거 기반 의 과학적 치료를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목표로 새로운 항암제와 방사선치료의 병합 효과 를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마음까지 치유해주고 싶은 그는 방사 선치료가 낯설고 어려운 어르신 환자들에게 더욱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세브란스의 명성을 믿고 찾아오는 수많은 환 자들을 진료하느라 몸은 녹초가 될 때도 있지만, 회복되는 환자의 모습을 보며 힘과 용기를 얻는다고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