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암’이라는 착각… 유방암, 유전자 변이가 예후를 바꾼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

유방암은 오랫동안 ‘치료가 잘 되는 암’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조기 발견 시 높은 생존율을 보이며, 정기검진과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예후도 꾸준히 개선돼 왔다. 이 때문에 유방암을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질환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유방암의 ‘일부 모습’에 불과하다. 질환이 진행돼 다른 장기로 퍼지는 단계에 이르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유방암이라도 진행 단계에 따라 치료 성적과 생존 가능성은 크게 달라지며, 환자가 체감하는 질병의 무게 역시 전혀 다른 수준이 된다.

최근 의료계가 주목하는 변화는 ‘유전자 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예후가 좋은 유형으로 분류되던 유방암에서도 특정 유전자 이상이 동반될 경우 질환의 성격이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암세포의 제어 장치가 무너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정상적인 세포는 증식과 성장을 조절하는 체계를 갖고 있지만, 일부 유전자 변이가 발생하면 이러한 균형이 깨지고 암세포가 통제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 결과, 기존 치료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환자 입장에서 쉽게 인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같은 ‘유방암’이라는 진단 아래에서도 실제 위험도는 크게 다를 수 있으며, 표준 치료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단순한 병기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유전자 특성을 반영한 치료 전략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치료 패러다임 역시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1차 치료 중심으로 관리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치료 과정 중 발생하는 내성과 유전자 변이를 고려해 ‘다음 단계 치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 옵션이 등장하면서, 환자별 맞춤 치료 가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손주혁 교수는 “겉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인 유형으로 보이더라도 유전자 변이가 동반된 경우 실제 임상 경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치료 반응이 떨어지는 시점에 맞춰 적절한 전략으로 신속히 전환하는 것이 생존율 개선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이제 유방암 치료에서 중요한 질문은 ‘어떤 암인가’에서 ‘어떤 특성을 가진 암인가’로 바뀌고 있다. 이는 의료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낸 변화이지만, 동시에 환자 접근성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동반한다. 정밀 진단과 맞춤 치료가 실제 치료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지가 향후 치료 성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유방암은 더 이상 하나의 질환이 아니다. 같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여러 질환이 공존하고 있다. ‘착한 암’이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벗어나, 질환의 다양성과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 프로필]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