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안중배 교수가 알려주는 대장암의 치료



▲ 안중배 교수

암 진단이 내려지면 목표를 정해서 치료를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암이 그렇지만, 대장암의 경우에도 수술이 기본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상태라면 완치보다 목표를 조금 낮춰 잡는 게 일반적입니다. 종양내과는 적절한 약품을 사용해서 이런 환자들이 암세포와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종양내과의 경우 약물로 치료도 하지만, 수술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내는 걸 1차 목표로 삼는 경우도 많습니다. 약물로 암의 크기를 줄여가면서 수술에 도전해 볼 만한 상태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영상과 여러 지표들이 해볼 만한 수준에 이르면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환자와 한자리에 앉아 수술 가능성과 위험인자들을 살피고 결론을 내립니다. 다시 완치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입니다.


암 치료를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주도하는 세상은 지났습니다. 연관된 모든 파트의 의료진들이 힘을 모아 환자의 필요를 채우는 협업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는 유난히 일찍부터 이런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대장암은 다른 장기로 쉽게 전이되지만 수술만 하면 얼마든지 완치될 수 있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폐나 간까지 암세포가 번진 4기 환자에게도 완치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모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는 시도가 그만큼 절실했습니다.


실제 50대 중후반의 여성 환자는 암세포가 간 전체에 퍼질 만큼 중증이었지만, 10개월 정도 강도를 조절해가면서 약물치료를 해서 완치됐습니다. 대장에도, 간에도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져서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수술 후에 재발해서 폐까지 전이됐던 환자도 있습니다. 종양 수치가 2,200까지 올라갔다가 약물치료 뒤에 1로 떨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재발과 수술, 약물치료를 겪기는 했지만, 2013년에 치료를 완전히 끝내고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항암제의 효능이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게 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나이와 체력, 사회경제적인 여건을 감안해서 효과적인 치료를 안전하게 마칠 방도를 제시해야 합니다. 아울러 환자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빨리 포착하고 임상에 적용하는 일도 전문가의 몫입니다.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에서는 보통 6개월이던 수술 후 약물치료 기간을 일부 환자에서 3개월로 줄였습니다. 아직은 선별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믿을 만한 최신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치료 기간이 짧을수록 환자에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항암치료를 막 시작하는 환자들은 두렵기 마련입니다. 인터넷을 뒤지고 주변의 이야기를 듣지만, 그럴수록 공포감은 더 커집니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속이 메슥대서 버둥거리는 장면부터 떠올립니다. 부작용은 항암제마다 제가각인데 오만 가지 불편한 증상이 한꺼번에 일어나리라고 상상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는 다 잊으라고 충고합니다. 앞으로 처방할 약의 부작용은 미리 설명해줄 테고 불편감을 줄여주는 약품도 나와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다독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그저 잘 드시면 됩니다. 편식은 금물입니다. 특정한 음식 하나가 병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고기를 많이 먹어서 대장암에 걸렸다고 생각해 채식으로 돌아서는 분들도 계신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약물치료를 받는 기간에는 오히려 더 많이 드실 필요가 있습니다. 정상 세포가 빨리 회복돼야 부작용이 줄어드는데, 그러자면 원료인 단백질이 충분히 공급돼야 합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양을 늘리기보다 몸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생사의 경계에 선 환자들에게 우울한 소식을 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정신적 스트레스가 큽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단도직입적으로 사실을 전하기보다 복선을 깔아두고 에둘러 상황을 설명해가는 편입니다. 외래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차트를 확인하고 어떻게 설명할지 계획을 세웁니다. 그래야 허둥대지 않고 상대를 배려해 가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상태가 호전된 분들을 만나는 시간을 조금 줄여서 상태가 나빠진 분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 노력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 약물이나 시도해 볼 수 있는 임상시험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혈액암을 제외하면 암을 대하는 1차적인 치료는 외과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종양내과는 종양내과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그래서 이 분야를 선택했고 당연히 후회도 없습니다. 항암치료를 이끄는 게 힘들고 고단한 구석이 적지 않지만, 그때만다 약자를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깁니다. 상태가 나아지고 있더라도 늘 불안한 게 암환자들의 심리입니다. 이편의 표정 하나에 일희일비할 만큼 약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환자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줘야 그나마 기분이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함게 일하는 동료나 후배들에게도 늘 그렇게 당부합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안중배 교수]